올레피쉣 2일 : 새로운 경험.

아침밥으로 짜파티와 차이를 마셨다. 매일 아침 반찬과 밥을 먹었던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염소를 잡는다고 해서 나름 들떠있었다. 하지만 염소를 잡는 모습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비록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목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고 맛있는 고기를 먹는 데에는 동물들이 이렇게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염소의 목을 잘라 피를 빼낸 후 가죽을 벗기는 작업을 했다. 현지 마사이들은 쉽게 해서 쉬워 보였지만 직접 해봤을 때는 생각보다 잘 안 됐다.

방금 죽은 동물이라서 그런지 몸은 따뜻했다. 그렇게 가까운 데에서 죽은 동물을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다시 한번 채식주의자들을 이해할 수 있던 것 같았다.

그 후, 옆에 있는 산의 등산을 했다. 한국처럼 아주 높은 산보다는 언덕에 가까웠다. 한국의 산처럼 잎사귀가 많은 나무는 없고 거의 다 작은 가시나무뿐이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지만, 날씨도 엄청 덥고 그늘도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산이 별로 높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아래 풍경을 보니 엄청 멋졌다. 벌판에 띄엄띄엄 있는 집들과 나무들…. 아주 멋진 풍경이었던 것 같다.

이번 CFS는 전에 있었던 CFS 와 많이 달랐다. 전 CFS 같은 경우는 많은 시간을 현지에서 봉사라기보다는 일을 많이 했다. 10학년 (고1) 때는 땅 파기를, 11학년 (고2) 때는 페인트를 대부분의 시간 동안 했다.

10학년 – 열심히 땅을 파는 친구 11학년 – 열심히 페인트를 하는 모습

하지만 올해 12학년 (고3) CFS는 아주 달랐다. “노동”을 많이 하기보다는 마사이 커뮤니티에 있고, 커뮤니티의 일원이 돼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마사이 애들이랑 축구도 하고, 색칠 공부도 하고, 심지어 마사이 우노 (UNO) 게임을 하면서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9년 전에는 부모님 보육원에서, 지금은 CFS에서 어린아이들을 볼 때마다 한국은 물론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색연필 하나 가지고, 또 축구공 하나 가지고 웃을 수 있는 모습 – 케냐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다.

그 후, 마사이들과 함께 창 던지기를 해봤다. 마사이들은 친절하게 창(?)을 만들어주고 마사이 방식으로 던지는 방법을 알려줬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내가 던질 수 있는 거리 두 배 이상 던진 것 같았다.

마사이 족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직접 같이 뛰어 봤다. (자칭) 농구선수였던 나는 점프에 자신이 있었지만, 같이 뛰어 본 결과 비교도 안 됐다. 나중에 높이 뛰기를 해봤을 때 볼 수 있겠지만, 나는 높이 뛰기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마사이 커뮤니티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 뒤, 9년 전 CFS를 방문한 팀들이 샤워했다는 폭포로 가봤다.

폭포라고 하기는 약간 작았지만 밑에 있는 계곡과 물소리 – 잠시였지만 쉬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올레피쉣에서 2번째 날, 신기한 장소에서 신기한 사람들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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